김종인 “李·朴 심려끼쳐” 대국민 사과…與 폭주와 ‘대조’
사과, 사죄, 용서, 반성 등 단어 10여 차례 사용
박상용 기자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배출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등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있다.     © nbs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사과·사죄·용서·반성 등의 단어를 10여 차례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9일에 맞춰 사과한다는 의미에서 지난 9일 대국민 사과에 나서려고 했으나 당 안팎의 강한 반발에 밀려 사과를 연기했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언급하자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장제원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김 위원장을 만류했다.

 

재보궐 선거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사과를 했다가 괜히 ‘스스로 낙인찍기’를 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배 대변인은 김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문재인 정권을 ‘귀태’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을 감안해 사과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전격 사과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강행 처리하며 폭주하는 여당과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되는 상황을 맞이 했음에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반성은 내비치지 않았다.

 

광화문 등 강성 우익세력이 집합하는 장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는 목소리만 나왔고,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사과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당내 친박(근혜)계에 밀려 무마되곤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는 반발만 있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대국민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됩니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을 했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하였습니다.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습니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겠습니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습니다.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친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어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 당에게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습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며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써,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습니다.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혀있는 오랜 응어리를, 온전히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입니다.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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