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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서도, 그들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사랑
[NBS 오페라] 메트 오페라로 만난 ‘로베르토 드브뢰’
 
천상욱 기자 기사입력  2016/10/17 [20:25]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로 제작된 도니체티의 오페라 <로베르토 드브뢰(Roberto Devereux)>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고 있다. 노년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젊은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튜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교차되는 사랑의 4각관계가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작품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젊은 연인인 에식스 백작 로베르토 드브뢰(테너 매튜 폴렌자니 분)의 사형 집행에 서명해야 하는 노년의 엘리자베스 1세(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 분)의 사랑과 질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데이비드 맥비커 경이 연출을 하였고, 마우리치오 베니니의 열정적인 지휘로 공연되었다.

 

 

영화 이상의 강렬한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로베르토 드브뢰>

 

<로베르토 드브뢰>는 유령의 성 분위기도 느껴지는 무대가 시작부터 인상적이다. 춤곡을 연상시키는 흥겹고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대비되는 무대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낮은 2층이 아니라 무척 높은 높이의 2층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 <로베르토 드브뢰> @ The Met     © 메가박스

 

오페라에는 오페라의 노래인 아리아가 있고, 뮤지컬에는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가 있다. 스토리적인 면에서의 아쉬움과 빈 공간이 설령 생기더라도 오페라와 뮤지컬은 음악으로 그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장르이다. 따라서, 오페라와 뮤지컬은, 영화나 연극보다 스토리텔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도 있다.

 

<로베르토 드브뢰>는 벨칸토 창법으로 도니체티가 만든 뛰어난 아리아만 주목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으로 촘촘하게 이야기와 감정의 전개를 해나가는 작품이라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야기 부분에서는 그냥 편하게 지나가고 아리아에서 감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서부터 깊은 몰입감을 관객들은 가지게 되는 것이다.

 

슬픈 자에게 눈물은 달콤한 것이라고 하는 여왕의 아리아에서 슬픔과 눈물의 의미, 복종과 용기의 증거, 사랑을 기피하는 마음에 대한 배신을 접할 수 있는데, 마음 속 깊은 감정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다.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네 명의 성악가

 

<로베르토 드브뢰>는 주역을 맡은 네 음역의 성악가의 실력이 멋진 아리아를 무척 조화롭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틱한 대립을 음악으로 표현한 도니체티가 이 조합을 보았어도 무척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로베르토 드브뢰> @ The Met     © 메가박스

 

엘리자베스 1세 역의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고음이 주는 전율은 과히 상상을 넘어선다. 엘리자베스 1세 역을 위한, 저음부와 고음부를 포함한 광범위한 음역에서의 발성은 쉽지 않을 것인데, 내용상 극의 대부분의 시간에서 거의 화난 상태로 노래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다.

 

체력적인 에너지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 라드바노프스키는 정말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로베르토 드브뢰 역의 테너 매튜 폴렌자니는 거룩하고 웅장한 남성 성악가의 아리아를 들려주었는데, 그의 환상적인 목소리로 부른 죽음을 앞둔 독창에 관객들 크게 환호하였다. 폴렌자니는 소프라노 라드바노프스키뿐만 아니라, 메조 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와의 2중창도 무척 어울리게 부른다는 점이 돋보였다. 갈등에 쌓인 남자가 부르는 절규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 <로베르토 드브뢰> @ The Met     © 메가박스

 

<로베르토 드브뢰>는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이 소화하기에는 높은 벨칸토 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노팅엄 공작의 부인인 사라역의 엘리나 가랑차가 부르는 음역은 마치 소프라노의 음역처럼 느껴졌다.

 

듣기는 좋아도 부르기는 어려운 벨칸토 창법을,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당한 노팅엄 공작 역의 바리톤 마리우쉬 크비에치엔도 멋지게 소화하면서 듣는 즐거움을 높여주었는데, 특히 제3막에서 바리톤과 메조 소프라노의 격정적인 2중창은 인상적이었다.

 

 

연극적인 구성이 인상적인 <로베르토 드브뢰>

 

<로베르토 드브뢰>는 연극적인 연출도 주목되었다. 영화와 연극으로 계속 조명된 역사적인 인물인 엘리자베스 1세를 비롯하여, 성악가들은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벨칸토 선율과 함께 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서, 권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사랑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판타지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왕위, 여인, 우정이 모두 필요하지만 결국 하나도 얻지 못하는 드브뢰의 비운, 여왕의 권위로도 얻지 못하는 사랑의 극한 감정은, 성악가들이 노래로 연극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 <로베르토 드브뢰> @ The Met     © 메가박스


<로베르토 드브뢰>의 무대에 주인공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무대의 양끝과 2층 양끝에서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체 무대 속에서 무대와 관객석이 들어 있는 느낌을 주었다. 무대 속 스탠딩 좌석의 사람들은 공연의 일원이면서도 실제로 관객들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로베르토 드브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창작 오페라가 만들어질 때, 음악성도 중요하지만 정말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도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관객들을 오페라라는 장르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오페라 작품 하나가 일반관객들도 그냥 흡입할 수 있다면, 오페라의 대중화는 별도로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로베르토 드브뢰>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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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17 [20:25]  최종편집: ⓒ NBS국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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