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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찾아오는,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NBS 영화세상] 유리창을 통하여 보이는 세상 ‘캐롤’
 
천상욱 기자 기사입력  2016/02/10 [18:38]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은 1950년대 뉴욕의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 분)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 분)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캐롤>에서 총괄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평범한 만남으로 채워지지 못했던 결핍  

 

우리나라는 덕후 방송인 <능력자들>이 공중파에 편성되어 방영될 정도로 예전보다는 독특한 취미, 취향이 나름대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적인 면에 있어서는 보수적이고 금기시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덕후를 인정하면 사고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포용력과 상상력이 높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반면에, 성적 소수자를 인정하거나 용납하는 발언을 하면 그 발언을 한 사람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이다.  

 

<캐롤>에서 캐롤과 테레즈는 평범한 만남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는 주변에 남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핍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의 결핍은 사회가 문명화되고 고도화될 수도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예술과 문화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일반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더 큰 마음의 결핍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캐롤>에서 성적인 부분은 그 일부일 뿐이다.  

 

▲ 테레즈(루니 마라 분)와 캐롤 에어드(케이트 블란쳇 분)     © 더쿱

 

<캐롤>은 육체의 끌림 이전의 마음의 끌림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퀴어무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랑은 끌림일까, 욕망일까, 정해진 규범 안의 규칙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캐롤>의 제목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관객은 먼저 크리스마스 캐롤을 떠올릴 수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캐롤>에서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에게 선물이다.    

 

우리나라 영화세상에서는 아직도 금기시되는 동성애  

 

<캐롤>은 동성애자인 토드 헤인즈 감독이 만들었다. 캐롤의 원작 소설 작가인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도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는 아직도 우리나라 영화세상에서는 금기시된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더라도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노래와 코미디로 표현되는 뮤지컬계에 비해서 영화는 아직도 보수적인 영역의 느낌이 강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뮤지컬계에서도 남남의 동성애가 주를 이룬다. 뮤지컬의 주된 관객이 여성이라는 면에서 남남의 동성애가 덜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캐롤>은 뮤지컬도 아닌 영화이고, 남남의 동성애가 아닌 여여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벌써 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후보로 올랐거나 시상을 한 <캐롤>의 작품성에 감동받은 관객들도, 입소문을 내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는데는 소극적일 수 있다.  

 

여장남자들이 펼치는 남남의 동성애는 대형뮤지컬에 많이 등장한다. 중년 게이 부부가 꾸려가는 게이바 ‘라카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뮤지컬 <라카지>, 신사화가 아닌 남자가 신는 80cm 하이힐 부츠인 ‘킹키부츠’을 신고 나오는 뮤지컬 <킹키부츠>, 여장 쇼걸들이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겪는 일련의 모험과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형식의 뮤지컬 <프리실라>,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그린 록뮤지컬 <헤드윅> 등이 있다.  

 

▲ 리차드(제이크 레이시 분)와 테레즈     © 더쿱

 

뮤지컬 뿐만 아니라 연극으로도 이런 소재가 사용되는데, 작은 감방에서 만난 정치범과 게이의 치명적이고 슬픈 사랑을 그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프랑스 영사관 직원과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연극 <M.버터플라이>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에서 극도로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는데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다. 문화는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리드해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중적인 매력을 표출하는 <캐롤>의 영상  

 

<캐롤>에서 유리창을 통한 모습으로 이중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영상은 인상적이다. 자동차의 빗물이 비친 유리창을 통하여 보이는 모습들, 기차나 무도회장, 사무실의 유리창을 통하여 보이는 모습들, 기차가 지나가는 사이 사이로 캡처된 화면처럼 잠시 나타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무언가를 통하여 보아야 하거나, 무언가가 지나가면서 막고 있기에 계속 볼 수 없는 모습들을 <캐롤>은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억지로 해석하자면 <캐롤>에서 유리창은 사회적인 통념일 수도 있고, 기차는 그녀들 주변의 남자들일 수도 있다.

 

<캐롤>의 영상이 주는 이중적인 표현은 <캐롤>의 소재가 주는 다른 시야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을 자주 표현한 <캐롤>에서 독특한 점은 거울을 이용한 장면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울보다 유리창이라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통하여 바라보게 되는 성소수자의 시각,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하지 에어드(카일 챈들러 분)를 포함한 캐롤의 가족     © 더쿱

 

화장실 거울 앞에선 장면에서 거울에 캐롤의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캐롤의 얼굴은 거울에 보이지 않는다. 테레스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도 거울이 등장하긴 하지만, 거울에는 테레스의 뒷모습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캐롤>에서 거울장면들은 우연히 그렇게 편집되었을 수도 있지만, 토드 헤인즈 감독의 디테일한 설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캐롤>은 대사나 연기, 영상 모두 절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을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알 수 있다. 1950년대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파격적이었을 소재를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현재의 영화 관객들이 관조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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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10 [18:38]  최종편집: ⓒ NBS국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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