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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죽이기'가 보인다
[NBS 기획] 잇단 해명에도 '영화제 죽이기'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임동현 기자 기사입력  2015/04/06 [17:14]
 【NBS 국민방송=임동현 기자】오는 8월 열리는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슬로건은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Keep On Going'이다. 영화제 측은 슬로건을 선정한 이유로 "수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망설이지 말고 계속 전진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다짐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18년을 이어가며 서울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청소년영화제로 입지를 굳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그러나 이들이 올해 'Keep On Going'을 외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이른바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급작스럽게 '지원 중단'을 선언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힘겨루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왜 영진위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는 것일까?

▲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지난달 30일 영화제 측은 '영진위가 영화제와의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영진위는 지난 1월 공정경쟁환경조성 특별위원회(이하 불공정특위)라는 기관을 내세워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영진위가 주관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배제했고 이에 영화제가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보조금을 찾아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7월 영화제 직원이라고 하는 인물 2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영진위에 민원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영진위는 "이들도 엄연히 근로를 했다"며 임금 지급을 권고했고 지난 1월 영화제가 임금 지급 권고를 듣지 않았다며 전격적으로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의하면 문제의 민원인은 '기자 명함'을 들고 각종 영화제에서 얼굴을 내밀던 인물이었고 당시 '자비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라면서 프로그래머 명함을 요청한 뒤 영화제 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정특위', 임금 미지급 해결한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엄진화 사무국장은 "민원을 낸 인물이 친분을 이용해 프로그래머 경험을 쌓고 싶다며 출장에 같이 동참하겠다고 했고 경험이 중요하기에 무보수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무보수를 약속해놓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숙박과 항공권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영화제 측에 돈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같이 간 프로그램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영화제 스케줄과 전혀 상관없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다음날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출장 후 써야 할 보고서까지 작성하지 않았고 한 사람은 어머니 간호를 핑계로 출장 후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결국 지난해 영진위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영화제 측은 "임금에 대한 문제는 노동청에서만 해결할 수 있고 노동청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을 영진위에 알렸다는 건 의도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일단 '임금 미지급'이라는 것만 알려져도 영화제에 타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영화제 쪽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영진위에 신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불공정특위는 국내 영화산업의 비합리적 요인을 제거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8년 11월부터 운영한 것"이라면서 "영화산업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신고 및 제보 접수, 법률 상담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국제영화제의 인력 운영에 대한 신고건도 있었고 해당 건을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국내 국제 영화제에게 합리적 인력운용을 위한 협조 요청을 한 사실도 있다"며 근로환경 개선 등 불공정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영진위에서 시정권고를 내린 것은 모두 영진위기금정산 중 영수증제출건 미흡에 관한 것이었으며 임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한 자료는 현재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영진위는 공판 당시 지금까지 불공정특위에 들어온 임금 미지급 사례와 이를 해결한 사례, 그리고 사건과 유사했던 사례 등을 자료로 제출하라는 법원의 요구를 거부했고 이는 결국 '증거 없음'으로 법원이 영화제의 손을 들어준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또 영진위는 권고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이름 및 사건의 사실관계, 심의 결과 등을 영진위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하고 있고 3월말까지만 해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임금 미지급과 지원 배제 결정은 영진위 홈페이지의 '불이행현황공시'란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접수가 들어왔고 진행 중인 사항이면 홈페이지에 지금도 게재가 되어야하지만 묘하게도 공판 결과가 나온 30일 이후부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제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공식적으로 영화제에 문제가 있다고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스스로 지운 셈이다.

소송 중 갑작스런 '지원 배제', 무조건 따라라?

▲ 영진위의 '돈'이 청소년영화제를 노리고 있다는 뜻의 풍자사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영진위가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지난 1월 지원 배제 결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진위가 임금 지급을 권고하자 영화제 측은 영진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해 12월 부당이득반환소송 접수를 했고 그 접수증을 불공정특위에 접수했다.

이런 경우 소송의 결과가 나올 것이고 소송 결과 임금 지급을 해야한다면 그 때 재제를 가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월에 영진위는 갑작스럽게 지원 배제를 한 것이다.

영진위는 '일방적 통보'라는 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지와 통화한 영진위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및 서류 등을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이 서류를 보내지 않았으며 분명히 규정에 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고 명시했기에 제재를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통화를 한 기자에게 "규정을 잘 읽어보고 이야기를 하라"는 말까지 했다.

영진위는 또 "소송은 이미 1차 시정권고 및 이의신청이 기각된 시점에서 제기됐다"면서 임금 지급과 소송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진위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칙과 규정대로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제 측에 따르면 영화제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제재를 결정한 회의의 회의록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영진위가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에서도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으나 이조차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엄진화 사무국장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가 특위 내에 부조리가 있었다는 것, 스스로가 자질이 없는 인물들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예산을 가지고 횡포를 부리며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집행정지' 나오자 보조금 지급 늦춰 "청소년영화제 탓"

이런 가운데 법원은 지난 3월 말 '집행정지' 판결을 내리며 영화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여전히 영화제와 싸울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영진위는 "본안에 대해 위법이나 부당 등의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영화제는 아직 없다"면서 자신들의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제 측이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부산지방법원은 "신청인(영화제)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서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신청은 이유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위법이나 부당 등의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당장 지원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판결대로라면 지원 배제는 다음 판결 선고가 나올때까지는 집행을 하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영진위의 '전격 지원배제 결정'을 법원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영진위는 "보조금을 줄 영화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영화제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영진위가 청소년영화제를 이유로 보조금 지원을 늦추고 있다고 한다.보조금을 빌미로 청소년영화제는 물론 다른 영화제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영진위는 6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묘하게도 이들 모두 대한민국 최대 로펌의 변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엄 사무국장은 "임금 미지급 사건에 로펌 변호사 6명을, 그것도 국고를 가지고 고용했다는 점도 이상하지 않느냐"라는 말을 전했다.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창 영화제를 준비해야하는 시간에 영진위와 씨름을 해야했고 그 속에서 지난해 영화제를 치뤄냈다"면서 "올해도 한창 영화제를 준비해야 할 시간에 '지원 배제'로 영진위와 씨름해야한다. 청소년영화제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하는 것 같다. 청소년들의 꿈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진화 사무국장도 "'임금 미지급'이라는 말만 나와도 영화제의 이미지가 심하게 실추되기에 지금까지 알리지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아야했다"면서 "그렇기에 영진위가 더 우리를 압박하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갑질'을 넘어 '영화제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미지급 사건에 로펌 변호사 6명 포진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18회 동안 서계적인 청소년영화제로 우뚝 섰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규정대로 일을 추진했다고 영진위는 주장하지만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지원 배제'를 선언한 것은 '갑질'이라고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지원 배제'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부정하고 오히려 다른 영화제의 보조금 지원까지 늦추며 청소년영화제에 불이익을 주려하는 모습은 '원칙'을 내세운다는 영진위의 본심을 의심하기에 역시 충분하다. 이것이 정녕 '영화 진흥'의 길인지 궁금할 정도다.

앞서 말했지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이미 1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임과 동시에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영화제를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없애려하기보다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지난 실수가 있으면 인정하고 만회하는 모습이 영진위에게 필요하다. 그것이 영진위를 향한 영화인들의 각종 의혹의 화살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무조건 '원칙대로 했다'라는 해명은 안타깝지만 통하기가 어려워졌다. 현명함이야말로 지금 영진위, 수장이 바뀐 영진위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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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06 [17:14]  최종편집: ⓒ NBS국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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